남편이 요즘 살인자의 O난감이 재미있다고 해서 이번 설 연휴 때 4편씩 나눠보게 됐다. 이 시리즈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봐서인지 매번 놀라움과 충격의 연속이었다.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것이라 만화적 요소를 살리려는 의도였을지 모르지만 장면마다 등장하는 교차 편집이라든가 살인을 하는 순간을 최대한 극적으로 보여주는 슬로우 모션, 사람 몸에서 나오는 피의 색감 등에서 (이후 다른 유튜브 콘텐츠에서 알게 된 감독의 의도대로) 팝적인 요소가 잘 바뀌어 느와르나 스릴러 같은데 마냥 어둡거나 무겁지 않았다. 중간중간 유머 코드도 있어서 정신없이 지내면서도 조금 긴장을 늦출 수 있도록 템포 조절이 가능한 것 같았다. 정신없이 8회를 보고 머리가 살짝 멍해지기도 했다. 몇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결말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도 했다. 시리즈를 보는 동안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. 법으로 단죄할 수 없는(혹은 단죄할 수 없는) 악인을 영웅이 처단한다면, 그것은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?영웅은 살인자인가, 단죄자인가?악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단죄의 정도는 누가 결정하는가?이런 질문 때문에 천하가 나쁜 놈들을 처단하는 장면에서도 조금은 통쾌했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. 주인공들은 단죄자일지 몰라도 어쨌든 살인자임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. 드라마를 보는 내내 쾌감과 씁쓸함이 공존하다니, 이 또한 연출자가 의도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. 드라마의 설정과 내용, 주인공의 행동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제목부터가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. 오랜만에 정말 다른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접한 기분이었다.